김태은 블로그

AI에 대한 지금의 생각

요즘 AI 이야기

요즘 AI 이야기는 대체로 어둡다. AI가 이미 사람의 일자리를 가져가고 있고, 앞으로 더 많이 가져갈 거라고 한다. 사람이 점점 AI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될 거라고도 한다.

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AI와 함께 일한다. 체감상 업무의 90% 정도다. 신기하다가도 무섭다가, 어느 순간엔 아무 감흥 없이 프롬프트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.

이렇게 매일 쓰면서도 AI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본 적은 없었다. 그래서 이번에 한번 적어두려고 한다.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보다는 내 일과 생각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이고, 결론을 내리려는 것도 아니다.

마법이라고 불렀던 것

2020년, 기술 블로그를 처음 열며 쓴 첫 글에서 나는 프로그래밍을 마법이라고 불렀다. 코드를 돌리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게 그저 신기했다.

웹을 배우고 나서는 그 마법이 사람에게 닿는 게 좋았다. 내가 만든 화면을 누군가 쓰고, 그 반응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쌍방향의 마법이었다. 그때는 이걸 '슈퍼매직'이라고 썼다. (지금 보면 좀 민망한 표현이지만..)

생각해보면 프로그래밍도 웹도 사회의 모습을 바꿔놓은 기술이었다. AI도 마찬가지다. 다만 이번 마법은 훨씬 크고 빠른 것 같다.

변화의 한가운데

프로그래밍과 웹도 많은 것을 바꿨다. 카페 주문은 키오스크가 받고, 배달 앱이 생기면서 치킨집 전화번호는 더 이상 외울 필요가 없어졌다. 그러면서 개발자라는 직업이 크게 늘었고, 나도 그중 하나가 됐다.

개발을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때가 마침 개발자 호황기였다. 회사마다 개발자를 많이 뽑았고 연봉도 크게 올랐다. 운 좋게 그 흐름을 탔다.

그런데 이젠 AI가 그 자리를 넘본다. 내가 취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개발자를 못 구해서 난리였는데, 요즘은 신입 개발자를 잘 뽑지 않는다. 회사는 사람을 더 뽑는 대신 AI에 쓰는 비용을 늘린다. 그럴 만도 하다. AI는 나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코드를 짠다. 이미 개발자의 일 중 코딩은 AI가 가져갔다.

일을 줄이는 직업

그런데 앞에서 말한 키오스크와 배달 앱을 다르게 보면, 계산대 직원의 일과 전화 주문을 받던 사람의 일을 줄인 것이기도 하다. 그리고 그걸 만든 건 개발자였다. 내 직업은 애초에 누군가의 일을 줄이는 일이었다.

그리고 개발자는 남의 일만 줄여온 게 아니다. 매번 손으로 하던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면, 그만큼 내 일이 줄어든다. 스스로 자기 일도 줄여온 셈이다. AI는 그걸 확 앞당겼을 뿐이다.

그런데 그 앞당겨진 폭이 생각보다 크다. 짧은 사이에 일하는 방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. 코드를 직접 치는 시간은 거의 없어졌고, AI에게 설명하고 검토하는 시간이 그 자리를 채웠다.

어떻게 쓸 것인가

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. 당장 내일은 아니더라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어떻게 될지, 더 나아가 기업과 산업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. 다만 쓸지 말지는 이미 내 고민이 아니다. 코드는 물론이고 데이터를 분석할 때도, 업무 중에 다는 가벼운 댓글을 다듬을 때도 AI를 쓴다.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쓰느냐이다.

처음에 말한 일자리 이야기부터 해보면, AI로 일이 줄어드는 흐름은 막기 어려울 것 같다. 하지만 일이 줄어든 자리에는 늘 새로운 일이 생겨왔다. 그래서 줄어드는 것보다 새로 생길 것에 더 눈을 두고 싶다. AI가 덜어준 시간으로 무엇을 새로 만들 수 있을지, 그걸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다.

AI에 기대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는 어릴 때 보던 답지를 떠올리게 한다. 수학 문제를 풀다 막혀서 바로 답지를 보면, 답은 알게 된다. 하지만 비슷한 문제가 다시 나오면 또 막히고, 조금만 복잡해져도 쉽게 포기하게 된다. AI도 답지처럼 쓰면 똑같다. 그래서 막힐 때 AI의 도움을 받더라도, 이해되지 않거나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은 그냥 넘기지 않고 왜 그런지 따져 보면서 내 것으로 만든다. 도움은 받되, 판단은 내가 한다. AI는 답지가 아니라 도구다.

아직 정답은 모르겠다. 다만 무섭게 몰려오는 AI 시대에 휩쓸리거나 무너지지 않고 잘 서 있으려면, 계속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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